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하세요

국내에서도 SRI(사회책임투자,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가 본격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윤리, 임직원 복지, 지역사회기여, 사회봉사 등의 사회적 측면과,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의 환경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투자관행을 말합니다. 해외에서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꽤 큰 편인데, 무츄얼 펀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스크리닝이나 주주행동 같은 넓은 의미의 사회책임까지 모두 합친 경우 미국 기준으로 2조 7000억 달러, 유럽 기준으로 2조 6000억 유로 정도로 추산됩니다(2007, 미국 사회책임투자 포럼 발표 기준)

SRI가 매력적인 점은 효율만 추구하다가 비인간화 되기 쉬운 자본주의의 일면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편이라는 점입니다. 사회적으로 착하고 훌륭한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 편, 투자자 개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우수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시장 이상의 수익률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합니다. 사회책임투자 지수 중 유명한 DJSI(DowJones Sustainability Index)지수는 DJGI에 비해 4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 DJSI vs DJGI 수익률 (DowJones Sustainability Index,  머니투데이에서 재인용)>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5년 께에 SRI투자가 반짝 유행해서 몇 몇 펀드들이 출시되었었는데요, 무늬만 SRI지 사실상 다른 여타 펀드들과 다를바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관련매경 기사). 이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대형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도 하고, 또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딱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SRI 테마로 펀드를 만들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국내에도 DJSI나 FTSE4Good 같은 사회책임투자 전용 지수들이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생산성본부(KPC)는 지난 2009년 10월에 다우존스와 함께 DJSI의 한국버전인 DJSI Korea를 발표했고, 그보다 한달 앞서 한국거래소(KRX)에서 KRX SRI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베스트먼트가 DJSI Korea 추종 펀드를 발표한 가운데, KTB는 KRX SRI 지수를 이용한 ETF 상품을 발표했습니다.  

지수 인프라도 생겼고, 펀드도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좀 더 활성화 되어서 지속가능한 착한기업이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문화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부터는 사족입니다. 물론 지속가능경영이 단순한 도덕 마케팅이나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전히 있습니다. 사회책임투자와 같은 투자 인센티브와 정책적 규제들이 자본주의적 물신화를 완벽히 막지는 못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부유한 노예이고, 사회책임투자에 의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소수 대기업 뿐입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투자된 비용이 고스란히 납품업체나 중소기업에 전가된다는 논리도 유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에 유인을 제공하는 시장의 논리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어떤 변화의 시발점이 되리라 믿습니다.

1줄요약. 지속가능기업 펀드 사세요.

Posted by youz

2010/02/01 20:36 2010/02/01 20:36

오히토리사마, 드라마는 드라마답게.

TBS 2009년 4분기 드라마, 독신(おひとりさま, 오히토리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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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에 한참을 빠져있다가 정말 오랜만에 찾아본 일본드라마.
독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30대가 될 때 까지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여자들은 마케이누(負け犬,싸움에 진 개. 얼마전 TV에서 논란이 있었던 '루저'의 의미에 가깝다.)라 불렀다. 그런데 독신여성들이 늘어나고, 복잡한 결혼생활과 가정사에 치이지 않고 심플하게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독신의 호칭이 마케이누에서 오히토리사마-おひとりさま, 높임접두어[お]+혼자[ひとり]+님[さま]. 일반적으로 음식점 종업원들이 혼자온 손님을 맞이할때 우리말로는 '혼자님입니까'라고 말하는데, 그 때의 '혼자님'이다.-로 변했다. 독신에 대한 존칭쯤 되겠다. 물론, 반어적으로 비꼬는 의미도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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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녀 아키야마 사토미 역을 맡은 미즈키 아리사. 33살로 극 중에서도 실제 나이다. 5년전에 사귀던 남자로부터의 프로포즈를 결혼과 일의 병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거절한 이 후, 독신님이 되었다. 자신은 '결혼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말하는 입버릇이 사토미가 스스로 받는 사회적 압력과 컴플렉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대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척척 일을 잘 해내서 교사로서 촉망과 신임을 받고 빠른 나이에 학년주임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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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남자주인공 카미자카 신이치 역의 텟페이. 실제 직업은 무려 아이돌이지만 극중에서는 프리터를 막 벗어난 임시교사. 23살(실제나이도 동일)로 아키야마와는 10살 차이다. 드라마 스스로 말하는 대로 '초격차연애'다. 아키야마와 투 샷을 보면 묘하게 엄마와 아들 삘이 나기도 한다. 아키야마가 한창 유행하는 "오히토리사마"라면 카미자카 역시 지지않을 정도로 유행하고 있는 "초식계"다. 당당하게 제 삶을 살아가는 여자와 어딘가 유약한데가 있는 10살 연하 초식남 초격차연애. 미소년 초식남 답게 극 중 선생님 학생 가릴 것 없이 모든 여성의 사랑을 받는다. 남성판타지와 여성판타지를 동시에 자극하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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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식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신선하다고도 할 수는 없는 연상연하 커플 소재. 동경타워를 보면 친구 어머니와도 열애에 빠지는데 이 정도는 아직 준수하다. 그와 그녀의 주변인물들은 이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연애관계의 가능성에 처절히 관광당한다. 삼각관계, 짝사랑이 복잡하게 얽혀들지만 모두 패배하고 최후의 승리자는 이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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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신이다. 동정이라고 변명했지만, 아키야마는 카미자카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이 백허그 한 번에 카미자카는 무너졌다. 그러나 모테모테(もてもて,인기있는)한 초식남으로서, 다른 여자들의 구애를 모두 뿌리친 것을 보면 그도 그 전 부터 마음이 있었던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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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연애에 휘말리는 연쇄 피해자들. 친구인 케이타는, 카미자카를 좋아하는 키미코를 좋아한다. 케이타는 좋은 캐릭터다. 겉보기에 한심해보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망설임없고, 과감하고, 정정당당하다. 카미자카에게 "니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보지 조차 않는거야"라고 충고할 때 존재감이 빛났다. 그리고 어쨌든 염원대로, 전투에서 탈락한 키미코를 고구마로 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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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이커플 진짜 민폐다. 역시 이 커플의 연애사에 휘말렸다 패가망신하는 맞선 남자 & 5년전 남자친구. 아키야마는 소회를 말한다. "카미자카를 만나고 나서 5년 분의 남자가 한꺼번에 몰려온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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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독신이 신경향으로 주목받는 것은 여전히 독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존재함을 반증한다. 일상생활에서 조여드는 미시권력의 그물망을 자기나름대로 헤쳐나가는 아키야마. 그런 당당한 아키야마이기 때문에 혼자서 사는 것보다 더 불안하고, 더 큰 사회적 압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연애를 감행할 용기를 냈을 것이다. 드라마는 '혼자임을 즐기며 산다'는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유치한 장면도 많다. 아직도 전통적인 가족드라마로서의 관성-쉽게 동의할 수 없는, 편견에 가득한 교훈과 계몽주의적 설교-이 그대로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예 그쪽 노선을 노골적으로 취하면서 드라마로서의 겸손을 지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판타지에 현실이 끼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빅뱅의 주제가가 좋았던 것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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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21:03 2010/01/27 21:03

앤디 워홀의 낙서가 비싼 이유

소위 지식사회라 불리는 세상이 되어 생산수단은 개인과 더 강고히 결합하게 됐다. 과거 주요한 생산수단이 기계였던 산업사회에서 값비싼 기계들에 대한 자본가의 독점을 문제삼은 레닌이 생산수단의 공유화와 국유화를 외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더 이상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을 명확히 나눌 수 조차 없는 문제가 생겨버렸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발달은 대체로 전 산업분야에서 고도의 집적자본들을 출현시켰다. '기계'는 싸졌고, '기계를 쓰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희귀해졌다. '숙련'이란 개념은 별다른 큰 주목없이 무시되었지만, 노동을 단순한 양적계산으로 환원할 수 없도록 만드는 현격한 차이를 불러왔다. 불변자본도 가변자본도 아닌 제3의 성격을 지닌 무언가-숙련, 지식, 경험과 같은 무형의 생산수단-가 노동과 결합한 탓에, 같은 환경 같은 재료 같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누군가는 해낼 수 있고 누군가는 못해내는 차이가 생겨버렸다. 사람들은 똑똑하다. 무형의 생산수단이 교육을 통해 유전됨을 알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고 책을 읽고 인터넷을 뒤진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더이상 과거의 불쌍한 노동자들 처럼, 누구에게나 대체될 수 있는 단순한 노동력 상품은 아니다. 자본주의적 시스템과 생산공학은 여전히 개인의 개성과 차이를 배제하고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표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시도는 대세와 자연을 부정하는 탓에 대개 실패한다. (표준화 컨설턴트들은 반성하기 바란다.) 다만 개인으로서 좋지 않은 점은 그만큼 모든 산업이 모든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발달된 숙련을 요구하는 탓에, 직업을 옮기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현대는 노동이 상품화 되기 위해 자격을 요구하는 시대다. 그리고 물론, 그 자격을 얻기위한 최소한의 투자를 스스로의 경제력으로 소화하지 못해 자본이 처음 출판되던 19세기의 노동자 생활양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냥터에 들어가려고 칼도 빌리고 장비도 맞췄는데 레벨이 안되 몹을 잡지 못하는 현상이다. 물론 게임과는 달리 가난은 생존을 위협할만큼 치명적이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나뉘고, 특히 상품으로서 노동력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제 가격인 임금 이상의 노동을 할인하여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하는데 투입된, 사회적으로 합의된 총노동의 합이다. 맑스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논리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이상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만약 내가 쓴, 마치 발로 쓴 것 같은 이 궤변섞인 글을 어느 해외 버젓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우연히 똑~같이 썼다고 가정해 보자. 두 글은 글자 수, 내용, 논리, 형식 모든 것이 같기 때문에 똑같은 사용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두 글이 상품으로 교환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느 버젓한 대학 교수가 쓴 글은 내가 쓴 글보다 가치가 높다. 한마디로 더 비쌀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반백수 같은 나라는 노동력의 상품가치는 버젓한 교수라는 노동력의 상품가치보다 떨어진다. 도의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상품 속에 포함된 노동의 양이 교환가치를 결정한다는 맑스의 전제 위에서, '반백수표 노동력' 보다는 '버젓한 교수직표 노동력'을 얻기 까지 사회적으로 더 큰 노력(=노동)이 든다고 사람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글이 상품이라는 전제에 동의하기만 한다면, 글 속에 포함된 사회적 노동량을 계산했을 때, 버젓한 교수의 글이 내 글보다 더 높은 교환가치를 갖게 되며, 이는 직관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앤디 워홀이 휘갈겨놓은 되도안한 낙서의 토나오는 가격을 보라.)

이쯤되면 노동력 상품에 따라붙는 이름표는 그 자체로 생산수단이 된다. '경력 몇년 차 숙련된 노동력입니다' 하는 수준에서 교환가치로서 연봉이 결정되는 경우는 소박하다. '저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니까 변호사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와 같이 결합된 생산수단은 자체로 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 유명한 예술가가 피나는 노력 또는 운을 통해 손에넣은 그 유명함, 유명함을 통해 생겨나는 작품의 아우라도 이런 예의 일종이다. 생산 수단의 독점을 통해 자본가가 노동자에 비해 일방적 우위에 서있던 시대는 끝을 고했다.  다만 그렇게 끝난 시대는 모든 노동자가 일정한 생산수단을 소유하여 노동자 끼리의 세분화된 계급구별을 다시 만들어 냈으며, 프롤레타리아가 단결하여 해방되는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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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4 20:29 2010/01/14 20:29

2009 독서결산

100권 채운게 자랑.

1. 마이클포터 - 경쟁전략
2. 알랭드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3. 이청준 - 신화의 시대
4. 폴크루그먼 - 미래를 말하다
5. 미셸 트루니에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6. 공지영, 지승호 - 괜찮다 다 괜찮다
7. 스티븐 갤러웨이 - 사라예보의 챌리스트
8. 토마스 프리드먼 - 코드 그린
9. 스테프니 메이어 - 트와일라잇
10. 바바라 오클리 - 나쁜 유전자
11. 스테프니 메이어 - 뉴문
12. 화폐전쟁
13. 진중권 - 현대미학강의
14. 신경숙 - 엄마를 부탁해
15. 판스워스 교수의 생물학 강의
16. 브랜드 슈미트 - 빅씽크 전략
17. 피터블록 - 완벽한 컨설팅
18. 클림트, 황금빛 유혹
19. 이영도 - 드래곤라자 1
20. 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21. 이영도 - 드래곤라자 2
22. 스티글리츠 -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23. 이영도 - 드래곤라자 3
24.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
25. 쇠렌 키르케고르 - 불안의 개념
26. 찰스디킨스 - 위대한 유산
27. 마르코야코보니 - 미러링 피플
28. 레지스 드브레 - 이미지의 삶과 죽음
29. 김연수 - 밤은 노래한다
30. 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31. 김형경 - 천개의 공감
32. 이정덕 외 - 이런 인류학은 어떨까요
33. 2009 이상문학상 수상집
34. 박민규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35. 공지영 - 즐거운 나의집
36. 박민규 - 카스테라
37. 김연수 -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38. 에크하르트 톨레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39. 톰 버틀러 보던 - 내인생의 탐나는 영혼의책 50
40.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41. 댄밀맨 - 평화로운 전사
42. 틱낫한 - 거기 그것과 하나 되시게
43. 존 오도나휴 - 아남 카라
44. 프로스트 - 불과 얼음
45. 황동규 - 꽃의 고요
46. Bernhard Schlink - The Reader
47.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 관계
48. 희망의 인문학
49. 기욤뮈소 - 구해줘
50. 게르티쟁어 - 불륜의 심리학
51. 김영한 - 닌텐도 이야기
52. 한승원 - 소설쓰는 법
53. 알베르토 망구엘 - 독서일기
54. 샤토브리앙 - 나체즈족
55. 로렌스 - 채털리 부인의 사랑 1
56. 로렌스 - 채털리 부인의 사랑 2
57. 이만교 - 나를 바꾸는 글쓰기 특강
58. 장석주 - 취서만필
59. 밀란쿤데라 - 느림
60. 레비나스 - 타인의 얼굴
61. 성석제 - 농담하는 카메라
62. 마르탱 파주 -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 처럼 내린다
63. 주디스 버틀러 - 젠더 트러블
64. 보르헤스 - 칠일밤
65. 로버트 리플리 - 믿거나 말거나2
66.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67. 브레인 리딩
68. 지속가능경영의 3대축
69. 박민규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70. 김영하 - 빛의 제국
71. 사회적 책임 투자
72. 미야베 미유키 - 모방범1
73. 미야베 미유키 - 모방범2
74. 미야베 미유키 - 모방범3
75. 김연수 - 세계의 끝, 여자친구
76. 윤리경영
77. 프레모 레비 - 이것이 인간인가
78. 맥킨지식 보고의 원칙 44
79. 이석원 - 보통의 존재
80. 미생물 이야기
81.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82. 논어와 주판
83. 이고운영 - 진심, 마음을 다하라
84. 4개의 통장
85. 하인리히 뵐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86. 양인목 - 그린오션
87. 사람은 왜 첫눈에 반할까
88. 성공하는 직장인은 대화법이 다르다.
89. 윌 보웬 - 불평없이 살아보기
90. 차동엽 - 무지개원리
91. 김형경 - 좋은이별
92. 김훈 - 풍경과 상처
93. 박민규 - 지구영웅전설
94. 윌리엄 진서 - 글쓰기 생각쓰기
95. 정이현 - 너는 모른다
96. 폴오스터 - 빵굽는 타자기
97. 리처드 와이즈먼 - 59초
98. Alain de Botton - Romantic Movement
99. 로렌스 G 맥도날드 - 상식의 실패
100. MARC J EPSTEIN - 지속가능경영의 성공적인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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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21:54 2009/12/31 21:54

크리스마스의 선물

굽네치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아저씨가 왼쪽에 있는 스테인리스제 식재료 보관 냉동고에서 한마리 단위로 패킹되어 있는 치킨을 꺼낸다. 치킨은 반투명 붉은색 비닐 속에 들어 있다. 아저씨는 아주머니에게 비닐을 건네고, 아주머니는 비닐 입구를 연 다음 석쇠 받침 위에 내용물을 쏟아낸다. 이 때 별도로 준비된 은박 입힌 달걀을 함께 받침위에 올린다. 굽네치킨의 오븐은 9단 구조로, 새로 주문된 메뉴는 오븐 제일 아래칸에 들어간다. 닭 한마리가 290도의 오븐 속에서 익는 시간은 약 20~25분이다. 9단의 석쇠 받침은 선입선출의 큐(Queue) 시스템을 따라, 약 2~3분 간격으로 꺼내진다. 1층에 들어간 피부가 까칠한 생 닭이 매 층마다 문이 열리는 앨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도달하면 기름기가 흐르는 바삭한 닭으로 변한다. 목장갑을 낀 아주머니의 손은 2~3분 간격으로 제일 윗층의 익은 닭을 순식간에 전용 박스에 담아 포장한다. 치킨이 포장되어 완제품으로 변하면, 아래 8개 층계에서 익어가는 닭들의 위치가 한 층씩 상승한다. 매장에는 약 250여개의 굽네치킨 표준 포장상자가 블록처럼 쌓여있다.

나는 출출한 밤 치킨을 먹고 싶어 굽네치킨에 직접 포장주문을 하러 갔다가, 역사적인 28세의 크리스마스를 닭집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내가 굽네치킨의 조리 프로세스를 이렇게 자세하게 알게된 것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사람들이 산타보다 닭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순진한 얼굴로 굽네순살을 주문하고 난 다음 1시간 반 동안 의자에 앉아, 익어가는 치킨들을 바라보며 세상의 닭가게는 모두 한적하고 영세할 것이라 믿었던 순진함을 버려야 했다. 30여마리의 생 닭이 오븐속에서 우아한 갈색 외투를 입는 것을 잠자코 지켜봐야 했던 것이다. 끊임없이 주문전화가 울리고 있었고 아주머니 아저씨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주문은 10~20초간격으로 들어오는 반면 완성된 치킨은 2~3분 간격으로 나왔다. 주문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닭집의 분위기는 공장 같았으나 9층의 오븐탑 앞에 토막난 닭들이 줄을 서 있는 광경은 사뭇 경건하여 종교적이기까지 했다.

이 넓디넓은 수유벽산, 크리스마스를 향해가는 밤에 상자속에 담겨 퍼뜨려진 30마리의 닭은 평화로운 밤의 기운을 각 가정에 전해주었다. 아이에게는 산타의 선물이었고, 부모에게는 평화의 메시아였다. 새로운 주문 사이사이에 왜 우리집에는 아직 메시아가 오지 않는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메시아 제조공장 아주머니는 차분하게 낮은 목소리로 "이제 막 출발했습니다"라고 일일이 응대했다. 나는 성령의 기운이 충만한 밤에 오븐속에서 평화의 닭들이 줄줄이 탄생하는 것을 긴 시간 목격한 끝에 드디어 내 순살치킨을 건네받게 되었다. 아저씨는 "오랜시간 기다리셨네요 후후"라고 말씀하시며 포장된 상자를 봉투에 담아 나에게 건네주었다. 돈을 지불하고 "그럼 많이 파세요"라고 평화롭게 인사하고 가게를 나섰다.

굽네치킨에서 집까지는 약 200미터의 언덕길을 올라가서 골목으로 좌회전을 한번 해야 했다. 그 사이에는 좌회전과 직진이 동시신호로 되어 있는 교차로가 하나 있었다.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세상의 평화에 대해 생각하며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반대편 횡단보도에는 커플이 분명한 남자와 여자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뻐보였다. 주변은 고요했고 지나가는 차들은 하나도 없었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녹색불로 바뀌자 그들이 걸어왔다. 나도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횡단보도의 한 가운데서 그들과 마주쳤을 무렵, 나는 불현듯 굽네치킨이 든 봉투를 그 커플에게 내밀었다. 나는 당황하는 커플 중 남자쪽에 "선물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남자는 당황하더니 봉투를 받아들었다. 나는 신호가 남아있는 동안 길을 마저 건너기 위해 커플을 지나쳐갔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뒤에서 커플 중 여자쪽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밤은 평화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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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5 11:26 2009/12/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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