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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4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6)
  2. 2008/11/01 회합 (6)
  3. 2008/07/10 전투 (11)
  4. 2008/06/16 사람이 항상 한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해? (11)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이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였다. 아침이 되면 사람들은 혈기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방하나씩을 챙겨들고 회사와 학교로 가는 구부정한 도로와 음습한 지하철로를 메꾸었다. 밤새 죽어있던 도시는 해가 뜸과 동시에 사람으로 메워진 혈관의 순환과 함께 깨어났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적인 리듬이 도시의 생체주기와 항상성을 유지했다. 밤새 가정에서 축적된 에너지는 혈관을 타고 직장으로 전달되어 낮동안 소비되었다. 유기체는 기계와 다르지 않다. 특정한 기관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때에 맞춰 정해진 기능을 수행한다. 사람들은 일터에 나와 컴퓨터 단말에 접속하여 회의자료를 만들거나 사회의 또다른 호르몬이라 할 돈의 흐름을 추적하거나 물질과 정보의 교환이 더 잘 이뤄지도록 광고와 마케팅 방법에 골몰하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빵을 굽거나 하는 일련의 일들을 했다. 그것을 매일매일 반복하면은 한달에 한번씩 불어난 통장잔액의 숫자를, 이제는 현금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할만큼 현실감이 없는 그 숫자들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너무 건강하게 들릴 것이다. 이 도시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보다는, 생명이 꺼져버린 시체와 더 가까웠다. 물론 살아있는 유기체와 죽은 유기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유기체의 죽음은 정지가 아니다. 산 유기체 속에서는 그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물들이 분주하게 정해진 기능을 수행한다면, 죽은 유기체에는 외부의 다른 것들이 그의 껍질을 에너지로 소비하기 위해서 달려든다. 썩은 음식물을 놓아두면 곰팡이가 피고 파리와 개미가 몰리고 급기야 그 위에 알 수 없는 미생물과 균들이 득실득실 복잡하게 끓어오른다. 이 도시 상공의 어느 한 지점에서 카메라를 갖다대고 하루종일 땅위를 촬영한다음 그 비디오를 빠르게 돌려서 본다면 그런 장면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더욱 끔찍한 것은 그렇게 몰려든 것들은 시체를 뜯어먹기만 할 뿐 아니라 서로를 물어뜯기도 한다는 거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한 B는 이 기계적인 사회속에서 썩은 시신을 뜯어먹고 분해하는 미생물-균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떼어내게 되었다.

2009/06/24 10:43 2009/06/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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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 푸딩 2009/06/24 10:43
 

회합

죽은 시체들의 왕 오른쪽으로 이 세상 모든 여우들의 공주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고, 나는 고민끝에 뇌 속에서 빨간색 실을 잡아당겨 혀에 두텁게 감기 시작했다. 공주는 운을 뗐다. 죽은 시체들의 왕은 넋을 잃은 듯 창백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고, 좌중의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듣는체 하며 각자의 생각을 손가락으로 튕기고 있었다. 그 가운데 끓고 있는 것은 가죽을 벗겨낸, 뼈와 살이 으스러져 뒤섞인 알 수 없는 고기덩어리 였다. 공주의 운은 물론 모두를 향하지 않고, 단지 단 하나, 이 곳을 지배하는 지배자의 음침한 권력을 향해 있었다. 나는 붉은 실을 혀에 감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방황하는 의지에 영혼을 잠식당한 수 많은 군중은 눈꼬리를 내려뜨리며, 뼈와 살이 뒤섞인 흉칙하고 희멀건 그 고기를, 각자의 혀와 섞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일어나고 싶었다. 공주와 나는 함께 있어선 곤란하다. 지배자는 공주의 말을 듣고 나를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공주는 희끄무레하고 한편으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어떻게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보려는 듯 나를 응시했다. 물론 여전히 그 손은 죽은 시체들을 어루만지던 잔인한 손이었다. 비릿한 피냄새가 코끝을 진동시켰다. 나는 신경쓰지 않고 감던 실에 매듭을 지었다.

왕과 공주, 그리고 몇몇의 배신자들은 마차를 타고 떠났고, 나는 결국 조롱과 함께 그 자리에 남았다. 잔인한 시체의 남녀들이 떠난 자리에는 황폐한 재색 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2008/11/01 18:05 2008/11/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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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 푸딩 2008/11/01 18:05
 

전투

"그래, 자네를 그렇게 까지 궁지로 몰아넣는 그 열정이란게 무엇인가."
"나는 구세계를 무너뜨리고 신세계의 왕이 될 것이다. 지금의 세계는 소수의 못된자가 다수의 인민을 착취하는 기이한 형국이다. 부조리와 불합리를 모두 일소하기 위해서, 세계를 무너뜨린다"
".... 큰 착각을 하고 있구먼."
"....어차피 당신이 동의할 것이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고 있다."
"자네는 본질을 모르고 있어. 세계의 본질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의 왕이 도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네가 말한 그런 '부조리'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세계는 주체의 합이다. 우리는 일어나는 사건들의 주인이다."
"그점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걸세. 장기를 생각해 보게나. 자네가 '왕의 말'이 된다고 해서 장기의 룰을 바꿀 수 있을까? 세계의 본질은 주체들에 있지 않고 그 주체가 이루는 관계와 구조에 의해서 정해지는거네. 자네가 일어나는 사건들의 주인이라기 보담, 반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에 의해서 자네가 규정되는 것이란 거지. 왕은 왕의 자리에 있을 뿐, 세계의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그의 뜻이 아니라네. 그는 세계가 부여한 구조 속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을 뿐이야. 구조가 주체에게 부여하는 이런 권력적 감시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유스러운 인간이 바로, 지금의 왕이네."
"웃기지마!! 설령 그렇다면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은 누구란 거냐. 인간이 인간 역사에서 그 주인이 아니라면, 어딘가에 신이라도 있어 인간의 역사에 직접 개입이라도 하고 있단 소린가! 그러한 생각들은, 변혁을 가로막으려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는 모르겠네. 그리고 그러한 변화들,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하나의 거대한 의지에 의한 거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나도 추호도 없네. 다만 나는 자네가 왕이 된다고 해서 자네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네. 자네는 이 장기판의 '왕의 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진짜 왕, 인과와 운명의 지배자가 될 수는 없어. 자네가 있을 자리는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의해 정해질 뿐이네. "
"그렇기 때문에 세계를 '무너뜨린다'는 거다. 그냥 '말'따위, 나는 되지 않아. 머지않아 곧 혁명은 일어날거다. 나에의해서."
2008/07/10 19:59 2008/07/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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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 푸딩 2008/07/10 19:59
 

사람이 항상 한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해?

"음.. 구마모토 대학? 그런데 어쩌다가 경제학과 같은델 가게 된거야?"
"음.. 사실은 후쿠오카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 있는 영문과에도 지원을 했었어. 영어를 공부하고 싶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져버렸지 뭐야."
"면접에서?"
"면접관이 나한테 왜 영문과에 오려고 하는지 물었거든. 근데 그 때 내가 한창 어떤 팝송 그룹에 빠져있었는데, 그냥 솔직하게 그 그룹이 너무 좋아서 영어를 공부할려고 한다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떨어졌어."
"...헉. 대체 어떤 그룹이야? 아직도 좋아해?"
"응, 아니. 지금은 무슨 그룹이었는지 조차 생각이 안나. 그땐 정말 미칠듯이 좋아했었던거 같은데."
"..그거 왠지 불안해 지는 말이네."

나의 말을 들은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퍼뜩 걱정말라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2008/06/16 14:09 2008/06/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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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 푸딩 2008/06/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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